300만 평의 약속

2000년대 · 독정 RPC

300만 평의 약속 ​

수채화로 그린 계약재배 들판에서 익은 벼를 함께 살피는 농민들

독정 정미소는 늘 지역 농가와 함께 사는 길을 먼저 생각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벼 생산부터 품종 관리, 가공, 유통까지 하나로 잇는 대규모 계약재배에 나섰다.

당시 재배가 까다로워 보급이 더뎠던 최고급 품종 ‘고시히카리’를 과감히 도입했다. 그리고 농가에 계약재배를 제안했다.

2003년 설립한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우량 볍씨와 친환경 농자재를 공급했다. 까다로운 재배 기술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이에 화답하듯 장안면과 우정면, 남양만 일대에서 참여 농가가 줄을 이었다. 계약재배 면적은 어느덧 300만 평에 이르렀다.

가을 수확기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수매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치르는 일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배병희와 자녀들은 농민과의 약속을 목숨처럼 지켜냈다.

1990년대의 혹독한 위기 때 논을 팔아서라도 볏값부터 치렀던 원칙은 그대로였다. 농가들은 독정 정미소를 굳게 믿고 정성껏 기른 벼를 맡겼다. 독정리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쌀 산지로 이름을 얻었다.

1990년대부터 미리 갖추어 온 대용량 수매·건조·저장 시설과 집진 설비가 마침내 빛을 보았다.

1983년 낡은 새마을정미소를 인수한 지 꼭 20년 만인 2003년이었다.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순수 민간 자본과 기술만으로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통과해 ‘민간 자체 조성 미곡종합처리장(RPC)’ 승인을 받았다.

같은 해 경기도 우수 농특산물 인증인 ‘G마크’까지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믿음도 한층 두터워졌다.


수채화로 그린 독정RPC에서 출하를 기다리는 포장 쌀과 팔레트

국내 쌀 소비가 줄고 시장이 열리자 독정 RPC는 수출에서 길을 찾았다.

2009년 2월, 화성시 대표 브랜드 쌀인 ‘화성 햇살드리’ 5톤을 말레이시아로 처음 실어 보냈다. 저온 저장과 품질 관리에 힘써 해외 바이어들에게 쌀맛을 인정받았다.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두바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4개 대륙으로 수출길이 열렸다.

지역 농가와 정미소가 함께 땀 흘려 지은 쌀이 바다 건너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 무렵 독정 RPC는 ‘일진월보(日進月步, 날마다 진보하고 달마다 나아간다)’를 사훈으로 내걸었다.

2003 독정 RPC · 22화

300만 평의 약속

배병희 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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