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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아내의 빈자리
내 논을 파는 한이 있어도
20화 아내의 빈자리
1990년대 후반 · 독정 정미소
정미소는 3억 부도의 풍파를 넘기고, 자녀들이 일을 나누어 맡으면서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던 1990년대 후반, 오랜 세월 함께 가정을 일군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안면도 갯마을에서 시작해 소금기 밴 간척지와 정미소가 흔들리던 나날을 남편과 함께 지나왔다.
들일과 부엌일을 가리지 않았다.
자식들이 장성해 제 앞가림을 하고 사업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짐을 내려놓고 숨을 돌릴 때였다.
그러나 아내는 병을 얻어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젊은 배병희에게 시집와 평생 곁을 지킨 아내였다.
매캐한 장작 연기 속에서 수많은 밥상을 차려 내며 일곱 남매를 길러 낸 사람이었다.
정미소 마당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안방 문을 열면 집 안이 조용했다.
수십 년 동안 밥 냄새와 온기로 그를 맞던 아내가 없었다.
무뚝뚝한 성미 탓에 끝내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배병희는 그 뒤로 더 말없이 일에 매달렸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에는 오랫동안 적막이 감돌았다.
배병희는 세월이 흐른 뒤 새 반려자를 맞았다.
새 반려자는 어수선해진 집안 살림을 차분히 돌보았다.
고된 일에 치여 쇠약해진 배병희의 건강을 살피며 끼니마다 정성껏 밥상을 차렸다.
배병희도 아내를 잃은 아픔을 조금씩 달래며 노년의 평온을 되찾아 갔다.
곁을 지켜 주는 반려자와 마주 앉아 소박한 일상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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