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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밀려드는 벼, 커지는 정미소
내 논을 파는 한이 있어도
19화 밀려드는 벼, 커지는 정미소
1990년대 후반 · 독정 정미소
1990년대 후반, 독정 정미소에는 벼가 밀려들었다.
장안면과 향남 일대, 남양만 들녘에서 거둔 벼였다.
창고가 턱없이 모자랐다.
넓은 마당과 인근 밭자락까지 볏가마니를 높이 쌓아야 할 판이었다.
이 무렵 농촌에는 벼를 베면서 탈곡까지 한 번에 끝내는 ‘콤바인’이 널리 퍼졌다.
수확 기간이 크게 줄었다.
그러자 가을 한철에 채 마르지 않은 ‘물벼’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물벼는 거두자마자 말리지 않으면 제 열과 습기 때문에 뜨고 변하기 일쑤였다.
배병희와 자녀들은 서둘러 대용량 연속식 곡물 건조기를 들였다.
말린 곡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저온·상온 사일로와 저장 창고도 크게 늘렸다.
도정량이 늘며 먼지도 심해지자 대형 집진 설비를 갖추었다.
흡입 팬과 필터가 먼지를 빨아들여 직원들이 일하는 환경도 한결 나아졌다.
자녀들은 어느새 정미소의 든든한 일꾼이 되어 있었다.
맏아들은 일찍부터 도정 현장을 지켜 왔다.
시설 관리와 쌀 생산을 도맡으며 아버지를 거들었다.
맏아들은 정미소가 더 크려면 생산과 판매를 나누어 맡아야 한다고 보았다.
판로를 넓힐 사람이 필요했다.
1999년, 둘째 아들이 합류했다.
서울의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였다.
그는 수도권의 대형 도매시장과 양곡 유통망을 발로 뛰며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했다.
맏아들이 품질과 생산을 책임지고 둘째가 영업을 이끌었다.
정미소의 거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
독정 정미소는 그렇게 부도의 상처를 털고 번듯한 기업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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