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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겨울 갯벌의 김 양식
내 논을 파는 한이 있어도
6화 겨울 갯벌의 김 양식
1960년대 · 중장리 앞바다
겨울이 오면 섬마을 들판은 쉬었다.
배병희의 일은 바다에서 이어졌다.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일손을 덜어 줄 농기구를 장만하려면 겨울에도 벌이가 있어야 했다.
그는 중장리 앞바다의 너른 갯벌을 바라보았다.
안면도 남쪽 바다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컸다.
물이 빠지면 끝없이 뻘이 드러났다.
말뚝을 박아 김을 기르는 지주식(支柱式) 양식에 더없이 좋은 터였다.
큰 시설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참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손품이면 되었다.
배병희는 산에 올라 참나무와 대나무를 베어 왔다.
갯벌에 박을 참나무 말뚝을 깎았다.
쪼갠 대나무 살을 촘촘히 엮어 김이 붙어 자랄 발을 짰다.
썰물에 맞춰 무거운 말뚝과 김발을 지게에 얹고 개흙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뻘밭이었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무 메로 말뚝을 깊이 박았다.
말뚝과 말뚝 사이에는 대나무 발을 수평으로 단단히 매달았다.
일의 성패는 발 높이에 달려 있었다.
밀물 때는 발이 바닷물에 푹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나 햇볕과 바람을 쐬어야 했다.
물에 잠겼다 마르기를 거듭하는 사이 잡풀은 절로 말라 떨어졌다.
약을 치지 않아도 김의 결이 곱고 깨끗했다.
밀물과 썰물, 햇살과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안면도 김은 바다 내음과 단맛이 깊었다.
동지섣달 추위가 닥치면 본격적으로 김을 땄다.
바다의 물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배병희는 캄캄한 새벽에도, 달빛만 희미한 한밤중에도 물이 빠지기 무섭게 갯벌로 나섰다.
갯벌 위로 살얼음이 버석거리고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찬 뻘물에 손을 담그고 대나무 발에 엉겨 붙은 검푸른 생김을 손끝으로 일일이 뜯어냈다.
장갑을 껴도 얼음물이 스며들면 손가락의 감각이 사라졌다.
손마디가 부르트고 갈라져 피가 배어 나왔다.
그래도 밀물이 차오르기 전에 광주리를 채워 지게로 져 날라야 했다.
갯벌에서 져 온 생김을 마당에 부려놓으면 집은 그대로 일터가 되었다.
큰 통에 샘물을 붓고 김을 여러 번 헹구어 뻘과 잡티를 골라냈다.
도마 위에서 잘게 다진 김을 물통에 풀어 고르게 저었다.
다음은 손이 많이 가는 김 뜨기였다.
네모난 나무틀로 물에 풀린 김을 알맞게 떠 올려 물기를 뺐다.
그것을 쪼갠 대나무로 엮은 발 위에 한 장씩 얇고 가지런하게 펴 얹었다.
너무 두껍지도, 구멍이 숭숭 뚫리지도 않게 반듯한 네모로 뜨려면 오래 익힌 눈썰미가 있어야 했다.
일이 커지자 배병희는 사람을 썼다.
김을 따는 사람, 씻는 사람, 뜨는 사람, 너는 사람이 저마다 손을 나누었다.
겨울 마당은 이른 새벽부터 북적였다.
아이들도 일손을 보탰다.
겨울방학이면 손이 트도록 김발을 나르고 널었다.
아이들에게 겨울방학은 반갑기만 한 날들이 아니었다.
겨울 햇살과 바닷바람 속에 마당 가득 검푸른 김발이 물결쳤다.
집 안팎으로 구수한 바다 내음이 번졌다.
바짝 마른 김을 조심스레 떼어 백 장씩 묶어 한 톳을 만들었다.
안면도 김은 맛 좋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김이 마를 무렵이면 뭍의 상인들이 집까지 찾아와 사 갔다.
김 덕분에 겨울에도 벌이가 끊이지 않았다.
봄 농사 밑천을 대고 농기계를 장만할 돈도 모았다.
마을 사람들은 일 욕심 많고 셈이 바른 그에게 어촌계장을 맡겼다.
어촌계장이 된 그는 김발에 쓸 대나무 같은 자재를 광천에서 한꺼번에 사들였다.
값이 싸진 자재는 마을 어민들에게 대 주었다.
마을 공동 어장도 틈틈이 돌보았다.
갯벌 자리를 두고 다툼이 나면 나서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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